대규모 이민만으로는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세상에, 정치 이야기라니. 별일이다.

2024년의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인 대규모 이민을 두고 늦은 밤까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과 유럽연합을 비롯해 어디에서나 빠지지 않는 주제다. 특히 이민이 세계 빈곤을 줄이는 데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궁금했다.

이민은 사회에 긍정적인 힘이 될 수 있다. 더 나은 삶을 간절히 원하고 재능도 갖춘 사람들이 들어오면 사회는 더 풍요로워진다.

하지만 이민이 흔히 말하는 것처럼 세계 빈곤의 실질적인 해법이 될 수 있는지는 숫자로 따져 볼 필요가 있다.

먼저 “X” 하나를 상상해 보자.

X 하나는 1980년 이후 미국이 한 해 평균 받아들인 합법 이민자 100만 명을 뜻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돕고자 하는 사람은 얼마나 많을까? 세계은행은 하루 소득이 2.15달러 미만인 사람을 극빈층으로 분류한다. 지역별 규모는 대략 다음과 같다.

  •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약 4억 2,600만 명
  • 인도: 약 3,440만 명
  • 중국: 0명에 가까움
  • 인도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약 2,900만 명
  •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 지역: 약 2,200만 명

모두 합치면 약 5억 1,200만 명이 극빈 상태에 있다. X로 환산하면 512개다. 반면 미국이 한 해 받아들이는 이민자는 약 100만 명, 즉 X 하나다.

X 하나 = 100만 명

극빈층 5억 1,200만 명 = X 512개

더 큰 문제는 이민자가 대체로 이 극빈층에서 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장 가난한 사람들은 건강이 좋지 않거나 고립돼 있고, 국경을 넘어 이동할 비용조차 마련하기 어렵다. 실제 이민자는 빈곤층 가운데서도 비교적 형편이 나은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미국 이민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멕시코도 미국 기준으로는 가난해 보일 수 있지만, 세계 최빈국에 속하지는 않는다.

멕시코보다 평균소득이 낮은 나라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을까? 2023년 멕시코의 평균 연봉은 약 1만 2,100달러였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세계 인구 중 소득이 낮은 절반의 연평균 소득은 약 3,920달러다. 앞서 계산한 극빈층 약 5억 1,200만 명에 추정치 33억 명을 더하면 38억 명이 넘는다. X로는 3,800개다.

소득 하위 인구 38억 명 이상 = X 3,800개

그런데 널리 퍼진 이야기는 한 해 이민자 100만 명을 받아들이면 세계 빈곤을 해결하는 데 기여한다고 말한다. 국내 실업자와 근로 빈곤층,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 천연자원에 미치는 영향과 무관하게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한다. 워싱턴의 가장 급진적인 제안처럼 이민 규모를 두 배, 세 배, 네 배로 늘려 물리적·환경적·사회적 기반시설에 큰 부담을 준다고 해도, 세계 빈곤 전체에는 눈에 띄는 차이를 만들기 어렵다.

오히려 가난한 나라에 뜻하지 않은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다. 이주할 수 있는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활력이 넘치며 현재 상황을 바꾸려는 의지가 강한 경우가 많다. 이들이 고향에 남았다면 자기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시민이 됐을 수도 있다. 다른 나라로 떠날 능력이 있으면서도 고향에 남아 자신의 역량으로 이웃을 돕는 사람들이야말로 국제 인도주의 현장의 진정한 영웅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이민 제도는 그런 잠재적 인재를 밖으로 끌어내는 경향이 있다. 많은 나라에서는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를 웃돌아 빈곤층 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민만으로 세계 빈곤을 조금이라도 줄이기는 더욱 어렵다.

그런데도 미국은 이민 규모를 계속 늘리려 한다.

불법 이민은 문제를 한층 복잡하게 만든다. 2023년 미국에는 약 1,100만 명의 미등록 이민자가 있었고, 해마다 수십만 명이 더 들어왔다. 이들 역시 더 나은 기회를 찾아 가난한 환경을 떠나는 경우가 많지만, 이민만으로 세계 빈곤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중국과 인도를 보자. 통계의 정확성을 둘러싼 논쟁과 별개로, 두 나라가 세계 경제의 중요한 축이 된 것은 분명하다. 도시의 변화와 기반시설에 투입되는 자본을 보면 수십 년 전보다 생활 수준이 크게 나아졌음을 알 수 있다.

두 나라의 극빈층 감소 추이를 비교해 보자.

연도중국인도
20003억 5,840만 명4억 3,700만 명
20101억 6,090만 명4억 590만 명
현재0명에 가까움3,440만 명

핵심은 분명하다. 이민만으로 세계의 가난한 사람들을 의미 있는 규모로 돕기는 어렵다. 38억 명 모두가 부유한 나라로 이주할 수는 없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곳에서 더 나은 기회를 얻어야 한다. 이들 대부분을 도울 수 있는 곳도 바로 그들이 살아가는 지역이다.

유럽 여러 나라가 겪는 어려움만 봐도 대규모 이민이 얼마나 복잡한 문제를 낳는지 알 수 있다. X의 개수를 생각하면 100년이 주어져도 이민만으로 빈곤을 해결할 수는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민 자체는 좋은 일이다. 다만 그것을 세계 빈곤의 해법이라고 부르지는 말자.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서 삶을 개선할 방법을 찾자.

-- david

대규모 이민만으로는 빈곤을 해결할 수 없다 — David Oh